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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기념물 제323-1호로 지정돼 있는 참매. /사진제공=문화재청[서울경제] 총이나 활 또는 길들인 매나 올가미로 산이나 들의 짐승을 잡는 것을 사냥이라 부른다. 흔히 동물 이름 뒤에 ‘사냥’이라는 말을 붙이면 그 앞에 있는 동물을 사냥의 대상물로 여긴다. ‘고래사냥’ ‘ 꿩사냥’처럼 말이다. 그러나 ‘매사냥’의 경우, 매는 사냥의 대상물이 아닌 사냥의 수단이다.
매사냥은 맹금을 잡아 길들여 사냥에 이용하는 것으로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수렵술 가운데 하나이다. ‘삼국사기’에 백제 아신왕은 성품이 호매하여 매사냥을 좋아했으며, 법왕 1(599)년 12월에는 살생을 금지해 집에서 기르는 매를 전부 놓아주게 했다는 기록이 있다. 고려 충렬왕 시대에는 국내 최초로 매의 사육과 사냥을 관리하는 응방(鷹坊)이라는 관청까지 설치됐다.
매사냥은 우리 선조들의 생활문화 뿐만 아니라 현대문화 속 어휘에서도 쉽사리 찾아볼 수 있다. 눈보라에서 사용된 접미사 ‘보라’는 보라매가 긴장을 풀고 앞가슴 털을 활짝 터는 모습과 사냥에서 먹이를 낚아챌 때 흩날리는 앞가슴 털에 대한 형상화에서 유래했다. ‘옹골지다’는 송골매를 뜻하는 ‘응골’에 기원을 둔 어휘로 매가 야무지게 사냥하는 것에 대한 비유다. 속담 중 ‘시치미 떼다’는 자기가 하고도 안 한 척하거나, 알고도 모르는 체할 경우에 쓰인다. 여기에서 시치미란 매사냥에 쓰이는 매의 이름표를 말한다. 주인의 이름을 써서 매의 꽁지에 달았던 시치미를 떼고, 매의 주인이 나타나도 모르는 체 한데서 유래한 말이다.
매사냥은 지난 2010년 한국 등 11개 국가의 공동 노력으로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이때 제출한 공동등재 신청서는 내용의 충실성 뿐만 아니라 여러 국가의 공동 노력으로 이뤄낸 결실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이성경 국립문화재연구소 자연문화재연구실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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